™ My Story 1466

그윽한 인생을 만드는 단어

1. 이해(理解)는 중요한 단어다. 이보다 중요한 단어가 있을까 하는 생각될 정도다.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하는 것, 깨달아 알아서 받아들이는 것! 이해의 사전적 정의다. 앎과 이해는 다르다. 그저 '아는 일'이 앎이라면, 이해는 시간 또는 경험과 함께 온다. 다시 말해, 이해는 실천적 앎, 세월을 켜켜이 축적한 앎이다. 이해야말로 지혜롭고 그윽한 인생의 핵심 키워드다. 2. 이해는 인간관계의 갈등과 누군가를 미워할 때 느끼는 괴로움을 완화시켜 준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멸한다. 괴테의 말이다. 말을 뒤집어도 멋진 교훈이 된다. 이해하면 경멸하기 힘들어진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고상하지만 쉬이 실현하기 힘든 이상적인 조언이다. 인격적 성숙이 요구되는 말처럼 들리기도 ..

나이는 마음을 앞서간다

월요일 오전, 카페로 일하러 가는 길이었다. 한 여인이 바쁜 걸음으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막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와 출구를 나선 참이었고, 여인은 내 곁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찰나의 스침에도 그녀의 출렁이는 배가 눈에 띄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그 여인은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Inspection 모임이라 부르는 친구들과 주말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둘째 날 아침, 하루 늦게 합류하는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패스트푸드점 에 잠시 들렀던 때였다. 건강에 관해 잠시 말을 주고받았는데, 요지는 명료했다. “우리도 이제 진짜 건강에 신경 쓸 나이다.” ‘진짜’라는 말이 강한 억양으로 강조되었는데, 지난 번에도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거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왔음을 말하는 와중에 ..

오늘 밤은 헤세가 친구다

1. 헤세의 시 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그토록 사랑스럽던 화려한 세계가 이별을 고한다. 내 설혹 목표를 놓쳤어도 나의 여행은 대담했나니." 2. 20대, 나는 스스로를 '행복유통업자'라 정의했다. 행복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의 곁에 있고, 그의 곁에 있고, 당신의 바로 곁에도 있다. 누구나 눈이 밝아지면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리 믿었다. 행복유통업자로서 나는 행복을 제조하거나 창조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개안(開眼)을 위한 지혜를 나누면 되었다. 한동안 나는 행복의 향유와 공유를 위해 살려고 노력했다. 30대 후반이 되면서 나의 일을 행복유통업이라 부르기가 힘들어졌다. 이제는 '불행예방업자'가 된 것 같다. 긍정성을 걷어찬 것은 아니었다. 행복유통업자로 지낼 때에도 밝음은 어두움을 이면으..

커피, 독서 & 브래드랩

1. 적당한 포만감으로 마시는 진한 커피는 내가 즐기는 아침 일상이다. 지금 나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읽는다. 머그잔을 기울일 때마다 크레마 아래로 기어나오는 까만 속살을 보며 미소 짓는다. 후 불며 커피를 홀짝인다. 키스라도 하듯이 커피가 입 안으로 들어온다. 짧은 키스의 반복이 이어진다. 커피 맛은 어쩌면 사랑 같다. 진할수록 향기롭다. 씁쓸함 속 그윽함이 있다. 커피 맛을 모르면 씁쓸하나, 맛에 눈 뜨면 달콤해진다. 사랑의 실체가 아무려면 어떤가. 어차피 인생처럼 희로애락이 있을 테고, 회사 일처럼 의무가 있으니 가끔씩은 휴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뻔하지 않은가. 사랑 따위 다 안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랑에 빠지면, 흑백 세상이 컬러로 바뀌고 시들해던 삶 곳곳에 생기가 돈..

두 가지 흥미로운 푯대

1. 모순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세상사 곳곳에, 인간 존재 깊숙이 모순이 박혀 있다. "모든 사실 관계는 모순 관계를 포함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명제 없이도, 사유하는 사람들은 모순의 존재를 어디에서나 발견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모순을 배제하고서 이해하려고 한다. 세상사 이해가 일면적인 수준에 머물게 되는 이유다. 모순은 내 안에도 가득하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혼자 있기를 갈망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다보면 함께함을 그리워한다. (직업적으로는 수업이 있는 날엔 놀고 싶고, 놀다가 보면 수업을 하고 싶어지는 모습이 된다.) 시간 활용에서 쉬이 발견되는 이 모순은 그나마 간단한 모순이다. 해법도 비교적 용이하다. 혼자 있을 때에는 모든 접속을 끊고 스스로에게 침잠하여, 자신의 주체성을 발현하는 것이다. 함..

부부는 부창부수하며 산다

주말에 또 싸웠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상스러운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언성을 높여갔다. 급기야 남편이 물건을 집어 던졌다. 아내는 앙칼지게 달려들었다. 옆집 얘기다. 이번에는 조용한 축에 속하는 싸움이었지만 훨씬 소란스럽게 싸우는 일도 잦다. 아내가 걱정도 되고 밤잠을 설치기도 해서 경비실이나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관둔 적이 여러 차례였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남편이 먼저 노래를 부르면 아내가 이에 화답한다는 말이다. (물론 아내가 선창하고 남편이 따를 수도 있겠다.) 나란히 길을 걷던 부부가 있었다. 남편이 노래를 흥얼거리자 곧이어 아내가 따라 불렀다. 며칠 전 내가 목격한 장면이다. 곁에 있던 나까지 행복감을 느낄 정도로 흥겨웠다. 서로 아는 같은 취향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는 쉽..

내가 만난 최고의 스승

1. 2005년도 연말의 추억이다. 나는 한국리더십센터 연말 행사를 준비하는 TFT팀의 일원으로 강사 섭외를 담당했다. 내게 주어진 예산은 2회 강연에 100만원이었다. TFT 회의에서는 김재동, 한비야 같은 유명 인사도 거론됐다. 젊음의 패기 덕분인지,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김재동 매니저(?)에게 연락했다. 30분에 900만원이란다. 그 말에 기겁을 했는지, 협상을 시도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혀를 내두렀다는 사실만 기억난다. 다음 후보 분에게 연락을 했다. 유명한 작가였다. 그 분도 두 번의 강연에 '100만원'이라는 금액에 난색을 표하셨다. 나는 몇 차례 정성스러운 메일도 보내고, 행사의 취지도 말씀드렸다. 그 분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대의 열정에 손을 듭니다. 그렇게 합..

사람들을 의식하는 기술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이들은 크게 두 부류다. '시선'을 의식하는 이들과 '존재'를 의식하는 이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대개 자기중심성의 발로다. 타인을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평판을 신경 쓴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군가를 대하면서도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그의 모습 속에서 자기를 비추어 보거나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신경쓰는 것이다. 이것은 나르시시즘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싶다면 그들의 시선이 아닌 존재를 의식해야 한다. 존재를 의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욕망을 헤아리고 불편을 덜어주려는 노력이다. 존재를 의식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알기 위해 질문한다.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은근한 질문을 던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타인의 존재를 의식하면 말과 행동..

역사적 유토피아를 꿈꾸자!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꾼다. 경제적 여유, 낭만적 사랑, 친밀한 우정, 직업적 성취, 몸과 마음의 건강... 꿈의 목록은 희망과 체념을 동시에 안긴다. 바람과 가능성으로 가슴이 떨리는가 하면, 단념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혜라고 타협한다. 현실과의 괴리가 눈에 보이고 유토피아로의 여정은 힘겨워 보인다. 힘겨운 인생살이지만, 가끔씩 인생이 관대해질 때도 있다. 타협하고 체념했던 이들에게 동기부여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인생은 여행, 만남 때로는 위기를 매개로 하여 우리를 꿈과 희망의 세계로 이끈다. 영어 공부 해야지, 일년에 한 번은 여행을 가야지, 종잣돈을 만들어야지,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욕망하며 의지를 다진다. 시간은 포악하다. 모든 기억을 집어삼키고 만물을 약화시킨다. 시간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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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고 작업하고 싶고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스타벅스에 왔다. 얼마간 쉬었고 와우들의 글을 읽었고 포스팅을 하나 했고 아메리카노마저 음미하고 나니 책을 읽고 싶어졌다. 아쉽게도 들고 온 책이 없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눈에 딱 들어온 문구 하나, Fine the roast You love most! 스타벅스 로스트 스펙트럼을 안내하는 전단지를 펼치니 이런 설명이 보인다. "각각의 커피는 절정의 향, 청량감, 무게감과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로스팅 과정에서 각기 다른 시간과 온도를 필요로 합니다. 스타벅스 커피는 세 가지 로스트로 구분되며 원하는 풍미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블론드 Blonde. 블론드 로스트 커피는 로스팅 시간이 짧고 바디감이 가벼우며 부드럽습니다. 미디엄 Medium. 미디엄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