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머리 띵한 월요일의 풍경

월요일은 직장인들과는 다른 의미에서 부담이 높아지는 날이다. 변화경영연구소 마음편지를 보내야 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수업이 세 개나 있다. 오전에 마음편지를 쓰고 점심을 먹자마자,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한다. 마음편지 작성 시간이 길어지거나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 탓에 종종 점심을 간단식으로 해결하는 날도 있다. 오후부터 시작된 수업은 밤까지 이어진다. 13:30 발터 벤야민 세미나, 16:00 『계몽의 변증법』 강독회, 그리고 19:30분 초급 라틴어 수업.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만, 세상에는 즐기기 힘든 것들도 있다. 하지만 즐기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능숙해지거나 깊어지고 나면, 즐기게 되는 경우도 많으리라. 월요일 수업들은 아직은 즐기지 못하는 대상들이다. 수업을 모두 듣고 난 후면, 나는 ..

강정호의 부상을 바라보며

관련 기사를 읽으니 목구멍이 뜨거워집니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안타깝습니다. 강정호 선수의 부상 말입니다. 복귀까지 6~8개월이 걸린다는데, 부디 스프링 캠프때부터는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상을 입힌 상대 선수의 페이스북은 한국 팬들과 일부 미국 팬들의 테러를 당했더군요. 나 역시 속이 상합니다. 매일매일 그의 타석 주요 장면을 관람하는 것은 소소한 기쁨이었거든요. 올해 그 기쁨이 물건너 갔기 때문에 속상한 것은 아닙니다. 강정호가 만난 불운이 아픔과 상실을 야기할 터이기에 안타까운 거지요. 신인왕 경쟁도, 포스트 시리즈 출전도 모두 물건너 갔습니다. 제게도 상실의 아픔이 많아서인지 그의 불운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정작 그는 덤덤히 자신에게 부상을 입힌 선수를 두둔하더군요. "코클란은..

가을 예찬

낮에는 햇살이 따갑더니 해가 기울면서 금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맑은 하늘, 큰 일교차, 강한 자외선, 서늘한 바람, 코스모스...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걷기 좋은 계절이다. "진정한 걷기 애호가는 구경거리를 찾아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기분을 찾아서 여행한다. 다시 말해서 아침의 첫걸음을 동반하는 희망과 에스프리, 저녁의 휴식에서 맛보는 평화와 정신적 충만감을 찾아서 여행한다." 가을이야말로 스티븐슨의 이 말을 온 몸으로 경험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몸과 마음이 맞는 이와 '함께 걷기'는 매력적이고, 고즈넉한 마음으로 '홀로 걷기'는 매혹적이다. 가을은 날씨를 쫓아 벗들과 함께 하기에 좋고, 하늘을 벗삼아 홀로 거닐기에 좋다. 구름이 바람의 유혹을 따라 하늘을 배회한다. 나는 가을의 유혹에 못..

강연가로서의 진정성 단상

1. "여러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으세요." 이렇게 말하는 강사와 작가들 또는 일부의 어른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혹시 당신께서는 그 '진정한' 원함을 찾으셨는지요?" 이것은 그들에 대한 의구심이다. 나는 자기이해에 관해서만큼은 쉽게 말하는 이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진정 자기를 알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음을 경험하고 난 후의 신중함이지, 찾을 수 없다는 불가지론은 아님도 덧붙여 두고 싶다. 또한 저리 묻는 이들 중 10% 정도는 진정성과 자기이해를 힘써 추구하리라고도 예상한다. 2. 자기이해는 평생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이고, 자신의 일면을 알아냄은 자기경영의 비범한 성과다. 3. What do you really want? 이 질문을 시궁창에 던져 버리자. ..

나는 지성의 탐정이다

고수는 자신을 찾아온 이를 성급하게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걸어온 고난의 여정이 눈에 밟혀 그의 청을 수용하기가 주저되고, 그 과정을 견뎌내는 것이 그에게 가치 있는지를 몰라 그를 살펴보게 되고, 그와 주고 받을 학습과 전수의 관계맺음이 두려워 용기와 포기 사이를 거닐게 된다. 반면 기술과 지혜가 없는 이들의 권함은 거침이 없고, 주저함이 없고, 두려움이 없다. 고단한 훈련의 여정을 겪은 바가 없고, 개인이 지닌 고유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위대한 관계를 위해 제자를 진정으로 아껴본 바가 없기 때문이다. 탁월한 기술과 깊은 지혜를 지닌 이들의 신중한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자기도 읽지 못하는 책을 권하고, 스스로 오른 적이 없는 산맥을 가리키고, 자신도 뛰어들어 본 적이 없는 강으로 선동하는 이..

나는 전봇대가 아니다

'아, 라틴어 복습해야 하는데...' (수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오늘도 하지 않으면 이번 수업은 따라가기 버거울 것이다.) '벤야민도 읽어야 하는데...' (벤야민 세미나는 미리 읽어가지 않으면 얻는 것이 확연히 줄어든다.) '마음편지를 미리 써 두면 좋은데...' (월요일마다 보내는 마음편지는 작성하지 않고 당일날이 되면 과업처럼 다가온다.) '원고도 한 번 더 퇴고해야 할 텐데...' (한번만 더 들여다보아야만 여타의 출판사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애일당 청소하는 날인데...' (아침에 하려다가 관두었는데, 오후가 되니 귀찮아졌다.) 여느 때 같으면 즐거운 공부요 독서요 일감바구니 비우기 놀이거리일 텐데, 오늘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이것은 압박감의 목록이다. 나는 내 소중한 시..

자극과 에너지를 얻은 강연

※ 9월 3일 렉티오 리딩 강연에 참석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www.yesmydream.net/notice/1661 유인물에 실은 창의적 독서법의 공란은 다음과 같습니다. - 3가지 종류의 창의성 : 예술적 창의성, 과학적 창의성, 비즈니스 창의성 - 조사하는 독서 VS 생각하는 독서 - 창의적 독서의 4단계 1) [의식] 질문, 화두, 키워드 선정하기 2) [조사] 문제해결을 도울 책 조사하기 3) [독서] 책의 핵심메시지 파악하기 4) [적용] 현장을 들여다보며 실천하기 9월 3일 오전에 모 카드회사에서 독서법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이야 수도 없이 했고 독서법은 편안한 주제인데도, 얼마간은 긴장했습니다. '독서'에 대한 청중의 관심도가 어떠한지 모르니까요. 기업 내에서의 교육..

연남동 투어의 4가지 코스

연남동은 매혹적인 동네다. 연남동(과 이웃한 연희동) 곳곳에 맛집이 널렸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골목길마다 들어서 있다. 2015년 여름이 되기 전에는 경의선 숲길이 열리면서 더욱 환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로 나와 홍대와 상수역으로 이어지는 거리들이 10~20대 초반에게 신나는 놀이터라면,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펼쳐지는 연남동으로 골목들은 20대 이상의 모든 연배들을 폭넓게 유혹한다. 유명한 여행지가 대개 그렇듯이 연남동도 어느 골목 하나를 보거나 경의선 숲길 만으로는 매력을 충분히 느끼거나 연남동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연남동 투어는 경의선 숲길 / 동교로 & 성미산로 / 동진시장 골목길 / 경성고 골목길 이렇게 네 군데로 나뉠 수 있다. 거리만 둘러보는 데에는 90분이면 가능하지만..

어디로 가는 길인가

"모든 사람은 죽기 전에, 어디에서 어디로 그리고 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제임스 써버 (미국 소설가) 자기이해는 자기경영의 초석이요, 지름길입니다. 살다가 자신을 조금씩 이해할 때마다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뻐하며 웃으세요. 그것은 실로 세상은 얻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 1990년대의 인기 그룹 GOD의 은 (누구나 직면하는 화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노래입니다. GOD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춤을 추며 행진하는 사람

1.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사랑 고백처럼 달콤하고, 이곳 서울역사 내의 공기들이 반짝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걸핏하면 삶의 의미를 몰라 염세적인 정조에 휩싸이곤 하는 요즘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습니다. 내가 여기에 숨 쉬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A4 3페이지 남짓의 글 하나를 완성했거든요. 작은 일로도 행복하다는 사실이 생경하면서도, 반갑습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에 말이죠. 보다 자주 써야겠습니다. 훨씬 더 부지런히 써야겠습니다. 이런 생각은 은근히 나를 안심시키기도 합니다. 집필했던 원고를 몽땅 잃어버린 사건을 지우거나 덮어버리거나, 그 방법이야 어떻든 그 일과 화해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와! 이것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