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내 삶의 맛나는 비타민, Jazz

눈을 뜨자마자 재즈를 들었다. 듀크 엘링턴과 콜맨 호킨스가 만나 함께 연주했던 를, 나는 대학 1학년 때 처음 들었다. 대학 생활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던 중이었다. 공부도 재미 없었고 과 동기들과도 어울리지 못했다. 전공수업으로 청강하던 정역학과 공업수학이란 과목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학 첫 수업 때 바로 알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운전자처럼 당황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내게 힘을 주었던 것은 신앙생활과 독서였다. 두 가지와 함께 언급하기엔 영향력이 적지만, 음악 역시 내게 도움을 두었다. 음악은 내게 때로는 휴식으로,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영감으로 삶의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비타민은 필수 영양소다. 하지만 소량만이 필요하다. 음악은 내 삶에 즐거움을 주는 필수품이지만, 항상 ..

공항놀이 : 글쓰기와 독서

8월 10일. 07:50 비행기 출발시각 1시간 전, 탑승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탑승시간까지 약 30분의 시간이 남았다. 블로그에 댓글을 달고, 펌킨님께 메일을 보냈다. 와우카페에 잘 다녀오겠다는 글을 남기려는데 탑승 시작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들린다. 서둘러 카페에 몇 줄의 인삿말을 남겼다. 이제 출발한다. 30분 동안의 노트북으로 놀기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공항은 설레는 곳이다. 각자 다른 종류의 욕망을, 공항은 잘도 채워준다. 누군가의 쇼핑 욕망, 어떤 이의 떠나려는 욕망을 이뤄주는 곳이 공항이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우리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면세점으로 향하는 팀원, 게이트로 곧장 가서 탑승을 기다리는 팀원. 나는 공항에 들어서면 면세점에 들르거나 얼른 비행기를 타기보다는 ..

여행임박증후군이여, 안녕!

호주여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놈이 은근히 스트레스를 안긴다. 여행임박증후군이라고나 할까? 부재 중일 때의 일을 미리 해야 하는 데에서 오는 일종의 부담감, 압박감 말이다. 이번 주 내내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 모양이람? 그건 나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내가 할 일 없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평소에도 열심히 살아간다는 뜻이겠지, 라고 해석하련다. (매주 두 편의 글을 기고해야 하고, 여러 글에 피드백을 해야 하고, 메일 회신도 있고. ^^) 사실 일찌감치 준비를 하지 못한 탓도 크다. 3~4주 전부터 미리 준비했더라면 이 지경은 아닐 테니까. 다행하게도 유니컨 관련한 일들은 어제 끝내 두었다. 9월 수업공지와 글쓰기 피드백 말이다. 글쓰기 피드백은 매주 해야 하는 것이라 끝이 없는 일이지만, 최신 글은 ..

낭만적 여유와 생산적 열정

오늘은 조금 늦게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전투 모드일 때엔 이렇게 끼니시간을 놓치곤 하네요. 왠 전투모드냐고요? 제가 곧 호주 여행을 떠나거든요. 여행 전에 바쁘다는 것은 잘 아시지요? 부재 중일 대비하여 이런저런 일을 마쳐 두어야 하니까요. 어머니들이 2박 3일이라도 집을 비울라치면 반찬도 만들어주어야 하고 정리정돈도 해두셔야 하듯, 나도 매주 기고해야 하는 글들을 미리 써 두어야 하는 등 여행의 사전 작업들이 많답니다. 아침을 눈을 떴더니, 여행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분주해지더군요. 이럴 때에는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니까요. 실체만큼만 두려워하게 되니 불필요한 혼란을 잠재우기도 하고요. 무슨 일부터 손에 잡아야 하는지 계획..

니체, 낮잠 그리고 피부관리

1. 휴일 오후, 낮잠을 자려고 드러누웠다. 얼른 잠들기 위해 철학책 한 권을 엎드려서 읽었다. 아뿔사! 책 선택을 잘못했다. 책은 달콤한 낮잠을 원하는 나를 빨아들였다. 잠이 달아났고, 40~50분 동안 책장을 넘겼다. 역시, 니체는 망치를 든 철학자다. 졸음까지 깨뜨리다니. 읽은 책은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다. 니체의 주저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정작 가장 어려운 책이다. 니체라는 산맥의 첫번째 책으로는 『이 사람을 보라』가 제격이다. 쉬운 언어로 자신의 생각과 삶과 저서를 소개한다. 실소를 자아내는 목차가 유명한데, -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들은 쓰는가 - 왜 나는 하나의 운명인가 라는 4개의 책터로 구성된 책이다. 나는 책..

두근거리는 인생 창조하기

토요일 오후, 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일을 했습니다. 주말엔 나를 찾는 일도,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드물기에 일하기에 참 좋습니다. (근교로 나들이를 떠나기에는 평일이 좋고요.) 주중에 1박 2일로 제주 여행을 다녀오느라 밀린 메일 회신이 오늘의 주요 업무입니다. 목표치의 일을 끝내고 잠시 휴식하는 동안, 나는 책상 옆에 세워 둔 기타를 들었습니다. 실력은 기타 연습에 열심이었던 십오 년 전과 비슷합니다. 아니, 이따금씩 기타를 잡고 한 두곡을 띵띵거리다 마는 수준이니 실력이 더 무뎌졌습니다.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멋지러지게 기타를 연주하며 5곡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있는데, 이중의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실현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기타 실력과 노래 실력 모두 저질이거든요. 문득, 와우팀원 한 명이 떠올랐습..

친구, 와우팀원 & 즐거운 대화

1. 23일 화요일은 친구를 돕느라 정신없이 보낸 날이다. 그는 곤경에 처했다. 3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냈다. 스트레스로부터도, 곤경으로부터도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나는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그의 부도적으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고, 내가 어떻게 도울 수가 없는 류의 일이다. 친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일은 그저 그의 말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듣는 일이다. 그의 하소연을, 그의 넋두리를.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라 생각하지만, 친구의 이번 일을 묵묵히 듣기란 참 힘들다. 우선 주제부터가 나를 힘들게 만든다. 왠만한 삶의 힘겨움은 곧잘 듣지만, 친구가 만들어낸 상황 이야기는 듣고 나면 힘이 빠지고 불쾌해진다. 통화를 하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화요일..

100일, 집중폭우 그리고 아쉬움

1. 100일이 지났다. 오늘이 7월 22일, 구본형 선생님이 돌아가신 날은 4월 13일, 지나간 날수가 딱 100 이다. 그동안 선생님을 100번은 떠올렸다. 요즘엔 매일 한 번씩 사진을 보며 지낸다. 사진 속의 선생님께, 나도 모르게 묻게 된다. "선생님, 어디 가셨어요?" 대답이 없으시다. 그 옛날 엄마처럼. 엄마 사진을 구해서 선생님 곁에 두어야겠다. 내 인생의 그리운 분들! 그들은 나에게 죽음으로 삶을 가르치셨다. 삶이란 하나둘 떠나보내는 과정임을, 달라진 삶에 익숙해지는 것이 성숙임을. 2. 오늘 새벽,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사망자, 실종자가 속출했고 방안까지 흙탕물이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새벽잠에서 깬 시민들도 많았다. 엄청난 무게의 비행기를 띄우고 달나라를 여행하고 복제양까지 만들어내..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라니!

신간의 제목이 다. 마지막이라니! 불만스러운 제목이다. 아니 열받는다. 야밤에 인터넷 서점을 잠시 들렀다가 기분이 불쾌해졌다. 책은 선생님이 생전에 14명의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묶었다. 수신인에게 편지를 쓰실 때에는 그것이 모두 마지막편지가 아니었다. 오직 단 한 편의 편지만을 '마지막'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 제목은 그 편지를 대표한 것인가. 이 책은 그 편지를 담았는가. 모를 일이지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안다. 나는 지금 트집을 잡고 있음을. 아무 잘못도 없는 행인을 보고 난데없이 짖어대는 개마냥 엉뚱한 트집이다. '마지막'은 슬픈 단어다. 마지막이 진짜라면 그것은 '다시'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슬프다. 마지막은 자극적인 단어다. 마지막엔 간절해지고 진실해지기에 사람들은 마지막 말과 행동을..

와우팀원에게 문상 가는 길

먼 길을 나섰다. 부산까지 가야하는 여정이다. 열두 시 어간에는 부산의료원에 도착하기 위해 오전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다. 하지만 늦잠을 잤다. 어젯밤 글쓰기 수업을 해서인지 7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오늘 일정이 2개지만, 각각 부산과 서울이라 이동거리가 멀다. 저녁엔 종로에서 독서 강연이 있다. 오늘은 화요일, 조르바 원고를 보내는 날이다. 조르바 원고를 쓸 책, 열차에서 사용할 노트북, 그리고 강연을 위한 독서노트로 가방이 두툼해졌다. 아침식사를 잘 챙겨먹는 편이지만 오늘은 걸렀다. 간헐적 단식이 좋다는데 오늘 오전에 단식이나 하지 뭐, 하는 생각으로 주방 선반에 꺼내두었던 파프리카 샐러드를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먹으려면 최소한 5분은 걸릴 텐데 열차 시각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검은색 정장을 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