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전남대, 강의력 실습 & 피드백

1. 전남대학교에서 개설되는 교양강좌 의 첫수업을 매학기마다 진행해왔다. 벌써 6년째다. 매년 불러주는 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지금도, 그리고 어제 전라도 광주로 내려가는 KTX 안에서도 문득 문득 그랬다. 일상 속에서 고마움을 잡아채어 느낀다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느낀다. 기분이 좋다. 인기가 많은 강좌라 두개의 분반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처음으로 반 하나를 더 늘려서, 세 분반이 되었다. 같은 강의를 세 번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전할 '강연 주제'에 함몰되면 같은 강연을 세 번 한다는 것은 지루한 고역이 될 테지만, 내 앞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집중하면 세 번의 강연은 곧 세 번의 축제가 된다. 과장과 거짓된 마음은 없다. 그들의 눈은 정말 초롱했고, 나는 진정 ..

정신적 전환에 대한 단상

1. 나는 글을 빨리 쓰는 편입니다. 타자가 빠른 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주요한 원인은 아니지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두 개의 자아를 잘 키워두어야 합니다. 예술적 자아와 비평적 자아가 그것입니다. 예술적 자아는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돕습니다. 내면 속에 건강한 예술적 자아를 품고 있는 작가는 자기다운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지요. 비평적 자아는 자신이 쓴 글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살피어 비평하고 고쳐 쓰도록 돕습니다. 비평적 자아를 잘 키워 둔 작가는 좋은 구성, 명료한 문장, 가독성이 높은 글을 써냅니다. 초고는 가슴으로 쓰고 퇴고는 머리로 하라. 예술적 자아와 비평적 자아를 멋지게 풀이한 말인데, 영화 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이쯤에서 글쓰기에 대한 ..

수치심, 공감 & 렉티오 리딩

1. 오늘은 9월 11일. 십이 년 전 오늘, 미국사에 길이 남을 아니 세계사에도 오래 기록될 참사가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9.11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어제 경험한 괴로운 사건의 후유증을 느끼며 어제와 오늘을 보내야 했다. 나는 일이 커질까 봐 겁이 났다. 상황은 5시간 남짓 만에 종료되었다. 사건이 더욱 커지지 않고 잘 합의된 것이 고마웠다. 그리고 내 모습이 심히 부끄러웠다. 개인사적인 참사라 할 만큼 끔찍한 일이었다.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갱생해야 한다. 6.25와 같은 날은 기억해야 할 네거티브 기념일이다. 사실 이런 날은 기념하기 위한 날이 아니라, 기억하기 위한 날이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에 교훈과 현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

천국은 어디에 있을까?

1.나는 지금 천국에 있다. 온 마음을 다해 내 손 안에 든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즐겼다. 최고의 와인인 양 코와 혀로 커피향을 음미했고몸에 좋은 보약인 듯 조금씩 홀짝이며 아껴 마셨다.눈으로는 부드럽고 검짙은 고동색의 커피 빛깔을 응시했다.마음으로 커피가 내 몸 구석구석 샅샅히 젖어들기를 바랐다.커피가 입술 사이로 스며드는 '스읍' 하는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커피 한 잔이 있는 이곳, 나와 커피만이 존재하는 이곳,커피와 함께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이곳, 모든 것들이 흑백이 되고 오직 커피와 나만이 총천연색이 되는 이곳,음미와 몰입이 있는 이곳,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2.천국은 이내 사라진다. 마음은 쉬이 흐트러지고 몰입은 지속하기 어려우며머릿속은 여러가지 생각들로 가득하기에. 오늘, ..

글쓰기 수업, 분노 & 피로

1. 어제, 9월 7일은 글쓰기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강연과 수업을 통틀어 호주 여행 이후의 첫수업이다. 아침에 수업 장소를 향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더 열심히 수업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으니 수업 진행 만큼은 최선을 다해야겠다.' 수료생 분들의 글에 대한 개인별 피드백을 하는 날이니만큼, 글쓰기 전반에 대한 피드백 뿐만 아니라, 한 분 한 분에 대한 맞춤형 피드백도 드려야 한다. 특히, 한 분은 나에 대한 글을 올렸다. 칭찬 일색의 글이라, 자칫하면 내가 어물쩡 넘어갈 수도 있는 글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아끼려고 하고, 생각을 많이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사람. 에니어그램 5번 유형에 대한 설명이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던 나의 절친은 내가 5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던 날

2013년 와우그랜드투어의 마지막 공식모임을 다녀왔다. 모임명은 거창하지만, 5명이서 모인 조촐한 자리였다. 호주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서 만났다. 아웃백은 미국 회사지만, 실내 분위기를 호주 컨셉으로 꾸며 놓았으니까.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던 해(1988년)에 미국 플로리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에는 한국 1호 매장을 열었고, 현재까지도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레스토랑이지만,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비싼 데다가 맛은 별로라 생각했다. 나는 호주 여행을 다녀온 후, 이번 주에만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 두 번이나 갔었다. 한번은 오늘 모임이고, 다른 한 번은 와우팀원과의 만남이었다. 모두 호주 여행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좋은 장소라는 이유였다. 연달아 두..

세계 여행을 떠나려는 이유

나는 일년 동안의 세계여행을 떠날 것이다. 세계여행이라 하기엔 멋적다. 일부의 나라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나의 세계 여행은 '세계 모든 나라로의 여행'을 감행하겠다는 포부가 아니라, 내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내가 머무는 '이 곳으로부터의 떠남'이다. 내가 나고 자란 '지역'이 아닌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는 말이다. 전세계 230여 개국을 얼마나 많이 돌아다닐까? 이것은 내가 꿈꾸는 세계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지식과 다르게 생각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이미 알고 있는 것들보다 더욱 멋진 지혜와 지식을 만나려면 어떻게 여행해야 할까? 이것이 내가 원하는 세계여행을 실현하도록 돕는 질문이다. 멀리 떠나도 익숙한 것들만 먹고 익숙한 방식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 인생의 마지막은 병산에서

병산에 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곧장 낙동강 변으로 향했다. 병산을 올려다보며 낙동강 앞에 펼쳐진 모래사장을 밟는데 ‘잘 왔구나’ 싶었다. 서원을 뒤로 한 채, 천천히 걸으며 깨달았다. 내가 서원만큼이나 낙동강과 병산이 보고 싶었음을. 병산을 마주하고 강가에 앉아 2시간 남짓을 보냈다. 초가을 햇볕이 따사로웠다. 시끌벅적한 관광버스 행렬이 두 번 오고 갔다. 눈앞에선 낙동강이 흘렀다.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른다. 가만히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강물 위에 뜬 하얀 먼지가 저만치 이동한 것을 보고서야 내 앞에 펼쳐진 물이 저수지가 아닌 흐르는 강물임을 인식한다. 소리 없이 물결 없이 흐르는 강물의 고요함이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고요, 그윽한 고독 그리고 내면으로의 침잠. 분주..

와인일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나는 여러가지의 일지를 씁니다. 자기조절력 일지와 독서일지는 매일 쓰고, 일년에 한두 번씩은 시간사용내역서라는 일지도 쓰지요. 십년이 넘은 습관들입니다. MS OFFICE 엑셀을 사용한 일지들입다. 지속적으로 기록하면서 스스로 고민하다 보면. 저절로 형식적, 내용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더군요. 언젠가 자기경영서를 쓸 때, '모니터링'이라는 주제로 모든 일지를 공유할 생각입니다. 최고의 비결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거라 믿거든요. 마음이 끌리는 날이 오면 블로그 포스팅에 올려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으로 쓴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 자체도 좋은 일입니다. 지식은 공유될 때 발전하고 유용해지니까요. 블로그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일지를 생각할 때마다..

의식주 놀이가 시작되다

1. 여행 후의 첫날인 31일은 여행 뒷정리를 하며 보냈다. 세탁기만 4번을 돌렸는데, 아직 한 번 더 돌릴 빨랫감이 남았다. 상의 속옷들인데 분량이 적어, 좀 더 모아서 빨래하기 위해서다. 여행 때 입었던 옷이 많진 않으나, 드럼 세탁기가 적은 용량이고, 빨랫감 별로 돌리다 보니 3번을 하게 됐다. 그 중에는 가방 세척도 들어간다. 난 여행 후엔 가방을 세척한다. 가방은 먼지와 세균 투성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방을 아무곳에나 놓는다. 비행기내 바닥, 길거리, 상점 바닥, 심지어는 화장실 바닥에 놓는 이들도 있다. 영국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성인 여성의 28%는 화장실 변기보다 자기 가방의 손잡이와 바닥에 묻은 세균이 더 많다. 많은 여성들은 그러한 가방을 침대나 책상 위에 올려놓곤 한다. 나는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