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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헌학은 어떤 학문인가

루돌프 파이퍼 길 고전문헌학은 어떤 학문인가? 루돌프 파이퍼는 20세기 최고의 서양 고전문헌학자다. 고전문헌학은 어떤 학문인가? 서울대 안재원 교수의 해제를 보자. “파이퍼에게 서양 고전문헌학이란 한 문헌이 최초의 원전으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우리에게 오게 되었는지를 해명하고, 그 전승 과정 중에 생겨난 오류들을 교정해서 최초의 원전을 복원하려는 학문을 뜻한다.”(p.300) 고전문헌학이 왜 필요한가? “전승된 문헌 가운데 원저자의 필체로 기록된 문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설령 원저자의 기록이라 하더라도, 원저자의 필체를 알고 있지 못하기에 그것이 실제 원저자의 기록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고전문헌학자들은 전승된 문헌에 대하여 원저자의 기록, 저술이 아니라는 가정 ..

유미주의자로 산다는 것

유미주의자로 산다는 것 - 서머싯 몸 민음사 유미주의자, ‘예술적 미의 창조’를 인생의 목적과 최고선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저 역시 예술을 즐기고 추구하는데, 그것은 ‘인생을 위한 예술’입니다. 반면 유미주의에 경도된 예술가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 심지어는 ‘예술을 위한 인생’을 추구합니다. 예술을 위해 인생의 다른 가치들을 모두 희생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 유미주의자 한 명을 소개합니다. 장밋빛 성공과 수많은 음반을 뒤로하고 대중을 떠난 천재 뮤지션입니다. 그는 팬들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글을 남기고 떠났지요. 일부를 옮겨 봅니다. “이제 그만 둡니다. 다른 할 일이 있어서요. 여러분께는 죄송하지만 저를 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 캐나다에서 음악, 음악의 고독, 고독의 고독과 약..

인문학의 힘으로 삶을 촉촉하게

인문학의 힘으로 삶을 촉촉하게 - 밥장 앨리스 조르바 원고로 다룰까 말까?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신간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책이었거든요.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 만 가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열 가지는 되더군요. 어떤 챕터에서는 합격점을 주며 ‘원고 써야겠다’ 싶다가도, ‘아니! 이건 아니지’ 하며 고개를 가로젓곤 했네요. 결론이요? 여러분이 지금, 읽고 계시잖아요. 1) 은 반디 앤 루니스에서 만난 책입니다. 책을 집어든 것은 단순한 호기심. ‘오? 밥장 씨 신간이네.’ 일만 오천원을 지불한 까닭은 김경란 아나운서의 추천사. “은근 중독성 있는 뽀글이 헤어로 덮인 그의 머릿속엔 혼자 살기엔 너무도 아까운 아기자기한 세상이 들어 있었다.” 나는 자기 세상을 창조하여 즐기는 이들에..

올해 어버이날은 함께하는 시간으로!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 대구에 다녀왔다. 전야(前夜)를 함께 보내고 어버이날을 아침부터 맞이하기 위해 7일 저녁에 도착했다. 우리 집은 새벽 1~2시에 잠드는 편인데, 이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곤 한다. 매번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 모두가 TV를 시청하며 말없이 보내는 시간도 많다. 허나 이것 역시 우리 식구가 정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내게는 TV 시청 시간이 매우 아깝지만 가족을 향한 애정으로 잘 즐기는 편이다.) 어버이날,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경남 합천의 가야산에 있는 해인사로 떠났다. 금강산만 식후경이겠나, 가야산도 식후경이다! 해인사 IC로 진출하자마자 보이는 중국집 으로 갔다. 고기와 양파가 들어가지 않은 스님을 위한 자장면을 파는 곳이다. (양파는 왜 안 먹느냐고? 매운 음식..

일상 속에 깃든 행복의 순간들

1. 오전에 교회 후배랑 둘이서 농구를 했다. 그늘로 들어가면 서늘하고 햇볕에 있으면 더워지는 날씨였다. 우린 몸을 풀고 일대일 게임을 했다. 숨이 차 오르고 땀을 흘릴 정도로 뛰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번 즈음은 벗과 함께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것은 곧 여유와 행복을 느끼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매주는 아닐지라도 자주 그리 살아야겠다. 농구를 한 곳은 반포 한강공원이었다. 반포대교 남단 서쪽에 세빛둥둥섬이 있고 근처에 농구장이 있다. 반포지구는 여의도 다음으로 쾌적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한강공원이라 생각했다. 세빛둥둥섬 내의 CNN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도 있다. 반포대교 동쪽(고속터미널 쪽)의 잔디밭에선 시민들이 텐트나 돗자리를 들고 와서 휴일 오후를 즐겼다. 아! ..

좋아하는 시간대가 언제입니까?

하루 중에서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시간대가 있을 겁니다. 나는 점심식사를 마친 후의 한 두 시간을 싫어합니다. 나른해져서 활기가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대책은 두 가지. 1) 점심식사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 (가능하다면 점심 약속을 13시에 잡는 편입니다.) 2) 짧은 낮잠을 취하는 것. (저는 15~20분짜리 오침을 즐기는 편인데, 낮잠이 주는 신체적 회복에 자주 놀라곤 합니다.) 23시 이후의 밤 시간대를 좋아하는 이들도 많던데, 저는 야밤이 조금 부담스럽더군요. 얼른 잠자리에 들어 이튿날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약간의 죄책감이 듭니다. 죄책감까지 들 필요는 없는데, 아마도 도덕적이고 의지력을 강조하는 청교도적인 자기경영을 추구했던 때의 유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정리정돈, 이방인, 갑인공방

1.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 날씨가 매우 좋았다. 아뿔사! 나는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계획해 두지 못했다. '오늘은 무얼 하지?' 하는 생각을 하느라 20~30분을 보냈다. 계획되지 않은 시간은 자신의 약점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라지만, 나는 어떻게든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이른 아침부터 사무실을 정돈했다. 오후엔 교보문고에 잠시 들렀다가 투썸 플레이스로 가서 (와우팀원에게 보내는) 중요한 메일을 하나 썼다. 시간관리에 대한 신간을 읽었는데 새로운 통찰은 없었다. 새롭지 않더라도 얼마간의 활력이 생겼다. 동기부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살다보면 시들해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곤 하니까. 오전 내내 몸을 움직인 것, 점심식사 후라는 사실, 아주 흥미로운 책은 아니라는 점, 세 가지가 적절히 혼합하여 내..

범퍼 복구, 헤이리, 물건 버리기

1. 한 달 보름 전, 내 차의 앞범퍼가 찰과상을 입었다. 높이 20cm, 너비 40cm의 대형 기스다. 게다가 1cm 가량 안쪽으로 움푹 밀려들어갔다. 주차장에서 상처를 발견했을 때, 말문이 막혔다. 이번엔 또 누구란 말인가! (음주 운전자가 주차된 내 차를 들이박아 범퍼를 죄다 교체한 게 아직 석달이 채 안 됐다.) 이번엔 쪽지 하나 남기지 않았다. 으악, 뺑소니라니! 보안팀에 연락했더니 보안팀장이 나를 알아본다.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 "단지 내에 이런 사고가 자주 일어나나요?" 놀랍게도 빈도가 잦았다. "다소 큰 단지이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일어나긴 하는데, 같은 입주자가 얼마 안 된 기간에 두번이나 당한 적은 저도 처음이네요." 그래, 드물어야지. 이런 일이 자주 있으면 그가 너무 불쌍하..

누가 '동해병기'를 이끌었나?

1.4월 29일에 방영된 "누가 '동해병기'를 이끌었나?"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덕분에 휴일 밤의 내 가슴이 두근거렸고, 세월호 참사의 비통함을 조금은 달래어 잠들 수 있었다.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한 시비를 가리는 일이 아닌) 공익적 차원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애쓰는 미주 교포들의 노력! 그것은 애국심이고, 도전이었고, 용기였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의식 있는 저항이었다. 외국인들의 3/4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바다를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부른다. 세계 지도의 90% 이상이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다. 이제 일본의 초등학생은 독토를 일본 영토인데 한국이 무단 점거하고 있다고 배운다. 일본은 지금도 독토와 일본해에 관한 영유권 확보를 위해 국제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곳에 오신 블로거 분들..

사소한 습관은 없다!

1. 친구 집에서 하룻밤 묵을 때였다. 샤워를 하겠다던 친구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이내 다시 나왔다. 샤워기에 뜨거운 물을 틀어 놓았기에, 물음을 던졌다. "물은 왜 틀어놨어?" "그러면 따뜻해지거든." 공기가 더워지면 옷을 벗어도 춥지 않다는 이유였다. 친구에겐 절수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해도, 3~4분 동안 뜨거운 물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에 나는 비판적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느 추운 날, 내게 일어난 일이다. 샤워를 하려는데, 화장실 공기가 서늘하여 나도 모르게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서 샤워 문을 닫고 나왔던 것! 거실에 나와서야 무얼 했는지 인식하며 기겁했다. 얼른 들어가 물을 끄고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샤워기를 틀어 물을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