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068

부디 꿈이기를

내가 왜 그랬을까? 괴로울 정도로 후회했다. 그래, 그것은 후회의 감정을 훌쩍 뛰어넘는 괴로움이다. 나는 몹시 괴로웠다. 노트북에 담긴 글들,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 책 원고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혹시라도 다른 저장매체에 옮겨 둔 것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지난 달에 선물 받은 소니 Nex 5D를 잃어버린 것은 노트북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지하철 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는 역사 내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무슨 까닭에서인지 가방을 화장실에서 조금 떨어진 의자 위에 올려 두고 갔다. 지금 생각해도 무슨 연유로 그랬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살짝 걱정은 했지만, 별일이야 있을까, 생각했다. (종종 이런 생각으로 곤란을 겪었음에도 또 이런 일이 생긴 걸 보면, 고질병인가 보..

카테고리 없음 2011.01.05

[동생에게] 여행 권유

동생에게 새해 인사 메일을 보냈더니 회신이 왔네요. 20대 초반인데, 요즘 자기 꿈을 향한 노력이 시들해지고 나태해져서 고민이라는 내용입니다. 저라고 뾰족한 해결책은 없었지요. 그래도 고민하여 오늘 아침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혹, 동생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전해 지기를 바라며... 준희야, 형아다. 보내 준 메일 잘 읽었다. 준희야, 네가 자기합리화를 하며 점점 나태해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음은 훌륭한 점이다. 막상 하려면 하기 싫고, 이러다간 죽도 밥도 될 것 같다고 표현한 것도 진솔한 말이네. 옳은 말을 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형아가 어떤 조언을 해도 좋을 만큼 마음이 열려 있음을 느꼈다.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란 누구나 힘든 것 같구나. 형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지난..

라스트갓파더, 심형래를 위한 영화

라스트갓파더 ★★ 영화를 보는 내내 에머슨의 글이 생각났다. "어른은 자의식으로 인해 감옥에 갇힌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그들의 감정을 고려하느라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한다. 반면, 소년은 어른과는 다르다. "소년은 결과나 이해관계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는다. 제 마음대로 순수하게 판결을 내린다. 오히려 우리가 그의 비위를 맞추어야 한다." (랄프 뢀도 에머슨의 『자기신뢰 Self-reliance』 中) 자의식은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자의식 덕분에, 우리는 자신에 대하여 조금씩 알아가고, 다른 사람들과 좀 더 평화롭게 살아간다. 에머슨이 언급한 것은 자의식의 역기능이다. 자의식은 도전의식을 좀먹는다. 프런티어 정신의 소유자, 심형래 영화에서 나온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을 보며, 나는 생각했..

<리노의 독서노트 001> 『공산당 선언』

를 40분에게 보내고... 추천도서 : 강유원의 『공산당 선언』 오늘 아침, 몇 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작성한 을 보냈습니다. 깊이 있게 쓰고 싶다는 열망을 적절하게 조절하기, 자꾸만 늘어나는 추천도서를 자제하기, 폼나게 고전급의 저서를 추천하고 싶은 폼생폼사 기질 억누르기 등이 독서노트 쓰기의 관건이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쉽게 다가서기 위하여 경어체를 쓰며 어려운 단어를 풀어 설명하였고, 추천도서를 최소한으로 줄여 하나의 독서노트에는 최종적으로 한 권만 추천하였고, 폼생폼사를 걷어내기 위해 첫 책을 마크르스의 저서가 아닌 강유원 선생의 책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자, 그럼 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 생각, 첨언, 감상 그리고 『공산당 선언』을 읽은 분들의 리뷰 등을 아래 댓글로 적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

카테고리 없음 2011.01.03

나는 작가 지망생이다

나는 작가 지망생이다. 누가 작가인가? 작가(作家)는 우리말로 지은이를 말한다. (주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작가라 한다. 주로 문학작품, 특히 소설의 지은이를 작가라 부르지만, 사진작가와 같이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작가다. 작가는 직업명은 아닌데, 직업으로서 글을 쓰는 사람은 '저술가'라 한다. 나는 좋은 소설 한 권을 쓰고 싶은 소망이 있긴 하나, 소설가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 지망생'이라고 한 까닭은 사람들은 통상 책을 쓴 이를 부를 때에도 '작가'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나의 꿈에 어울리는 표현은 작가보다는 '저술가'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글쓰는 일이 나의 업이긴 하지만 뭔가 내 일은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하는 느낌이다. 그러던 차에 드러커..

존 듀이 『경험으로서의 예술』

새해 첫날에 읽은 책은 존 듀이의 『경험으로서의 예술』이다. 청랭한 겨울 하늘처럼 밝고 차분하게 사유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명상록이나 법정 스님의 글과 같은 수필을 읽고 싶었으니, 어려운 철학고전을 집어 든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어찌하다 보니, 내 가방에는 저 책'만'이 들어있었다. 들어가는 말과 해제를 20페이지 남짓 읽었다. 경험이 인식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사유하기 위해 2010년 초에 읽었던 부분이었다. (듀이는 이 책을 통해 철학사에서 '경험'이 어떤 위치를 차지했었는지를 면밀히 검토한다. 경험은 인간에 필요한 것이라는 동의만 있을 뿐, 경험이 인식에 어떤 도움을 얼만큼 주는가?'에 대한 논의는 복잡하게 이어져왔다. 이런 경험의 유용함에 대해서 그리고 이성은 어떠한 역할..

2011년 새해를 맞으며

지금은 2011년 1월 1일 0시 25분입니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린 지 25분이 지난 셈입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25분이 흘렀습니다. 이것이 세월의 속도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것 같은 빠른 속도의 시간 말입니다. 유자효 시인의 '인생'이라는 제목의 시가 떠오릅니다. 원문과 조금 다르지만, 제가 기억하는 대로 적어 봅니다. 늦가을 청량리 버스 정류장 할머니 둘이 속삭인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시의 전문인데, '인생'이라는 제목과 함께 음미하면 제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시겠지요? 한 세기가 채 못 되는 우리네 짧은 삶이지만, 잘 살면 한 번으로도 족한 것이 인생입니다. 문제는 '잘' 사는 것이 쉽지 ..

[송년인사] 아름다운 마무리

12월, 한 해를 갈무리하는 즈음이면 그 동안 고마움을 느꼈던 분들이 떠오릅니다. 참 고맙다는 한 마디의 속내를 카드에 담아 보내기도 하고, 마음으로 기도하기도 하며 12월을 지내게 됩니다. 해가 더할수록 행복을 빌어 드릴 분이 조금씩 많아짐은 기쁜 일이겠지요. 너무 빠른 속도로 많아지지 않음이 다행입니다.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저로서는 지금도 서운함을 안겨 드리는 일이 많으니까요. 12월에 만났던 몇 분들에게는 법정 스님의 책을 선물했습니다. 언제 읽어도 좋을 법정 스님의 책이지만, 『아름다운 마무리』는 이 즈음에 어울립니다. 따뜻하고 뜻깊은 연말을 보내도록 돕는 책이니까요. 해가 다 가기 전에 만나고 싶었지만, 그분의 시간 저의 시간이 맞지 않아 마음으로만 인사해야 했던 분들도 있습니다. 시간이..

매혹의 순간을 아시나요?

그저께 밤 사이 내린 눈은 어제 하루를 보내며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길로 나아갔다. 녹거나 얼어붙거나. 차이를 만든 건 사람들의 발길과 햇살의 어루만짐이었다. 오늘 아침, 건물로 둘러 싸인 이면도로는 커다란 빙판길이었다. 어른들에게는 위험한 출근길이었고, 나와 같은 아이에게는 얼음을 지칠 수 있는 스케이트장이었다. 마음의 여유가 있던 어제만 해도 분명 그랬다. '어제의 나'는 하얀 세상으로 변한 선릉공원에서 사진도 찍고, 골목길에서 운동화를 스케이트 삼아 놀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분주하다. 내일 여행을 떠나기 위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나처럼 진득하지 못한 이에게 눈 구경은 하루 정도면 족하기도 했다.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햇살을 보지 못하고, 다..

<리노의 독서노트> 신청하세요~!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있습니다. 매주 정기적으로 메일을 발송하는 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라기보다는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1인기업가들이 실천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제게는 이 일에 대한 남다른 동기가 있습니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나도 따라 그 일을 하는 성향이 아닌 저로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야 하지요.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는 일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실천해가는 훈련을 해보고 싶은 것입니다. 많은 일들을 도중에 그만 둔 저에게는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그러니 제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분에게 메일을 보내느냐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메일 보내기를 지속하느냐입니다. 약속한 날짜를 놓치지 않은 것도 중요한 훈련일 것입니다. 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