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랬을까? 괴로울 정도로 후회했다. 그래, 그것은 후회의 감정을 훌쩍 뛰어넘는 괴로움이다. 나는 몹시 괴로웠다. 노트북에 담긴 글들,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 책 원고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혹시라도 다른 저장매체에 옮겨 둔 것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지난 달에 선물 받은 소니 Nex 5D를 잃어버린 것은 노트북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지하철 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는 역사 내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무슨 까닭에서인지 가방을 화장실에서 조금 떨어진 의자 위에 올려 두고 갔다. 지금 생각해도 무슨 연유로 그랬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살짝 걱정은 했지만, 별일이야 있을까, 생각했다. (종종 이런 생각으로 곤란을 겪었음에도 또 이런 일이 생긴 걸 보면, 고질병인가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