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 초의 제주는 덥고 습했다. 가이드는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의 엄청난 폭우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제주엔 몇 개월째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라고 했다. 가뭄과 폭우를 만난 제주와 서울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벗어나 살 수는 없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고 태양이 내리쬐면 땀을 흘리며 살아야 한다. 기후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되지만, 자기 인생을 피할 수 있는 여행은 없다. 외면이나 도피를 목적으로 여행을 떠날 순 있겠지만, 새로운 곳에서도 머지않아 이전에 머물던 곳에서의 인생과 비슷한 삶을 만들 것이다. 자기 인생에서 벌어진 중요한 일이라도 다른 사람에겐 중요치 않다. 자신에게 짜증이 나는 일도 타인에겐 성가신 일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