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링 하버를 유람하던 중이었다. 킹 스트리트 워프(wharp) 앞을 지날 때였다. 한 여인이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녀는 끼적이지 않았다. 한 줄 쓰고 생각에 잠기고 또 잠시 후에 뭔가를 끼적이는 식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노트의 페이지를 넘겨가며 문장들을 쏟아냈다. 나도 근처에 앉아 뭔가를 쓰고 싶어졌다. 나는 곧 쓸 꺼리가 떨어졌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쓰고 있다. 처음에는 '쓴다'는 것 자체에 관심이 갔지만, 나중에는 '작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녀는 작가일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기다렸다. 그녀의 영감이 바닥났나, 할 말이 끝이 났나, 그녀는 아무튼 펜놀림을 멈추고 노트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녀가 자리를 뜨기 전에 얼른 곁으로 가서 앉아도 되는지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