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1466

두 권의 책과 하나의 속삭임

지난 주 최고의 순간은... 삼보인재개발원에서 고려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기 직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나는 강사 대기실에서도, 강의실 문 밖에서도 잠시 기다렸습니다. 강의장 문이 열리고 나니, 기다림의 이유와 기다리는 동안 강의장에서 벌어진 상황이 그려졌습니다. 문에서부터 강사연단까지 두 줄로 늘어선 환영 터널이 나를 맞이한 겁니다. 고려대학교의 전통 색상인 검붉은색 후드티를 입은 학생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함성과 박수를 보내며 강사를 맞았습니다. 나는 수줍은 기쁨을 느끼며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도 하면서, S자로 이어진 붉은 터널을 통과했습니다.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교육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니, 정말 황송한 환대였습니다. 감동했고 감사했습니다. 터널을 빠져나와 강연장 앞에 섰습..

와우와 내 일상의 조화

오랜만의 포스팅이지요? 일주일이 훌쩍 지났네요. 아산병원으로 검진하러 온 고향 친구와 시간을 보내느라 그리고 제주 와우투어를 떠나오느라 여러 날이 쏜살같이 지났습니다. 정신없이 지낸 것은 아니고, 혼자만의 시간 없이 일주일이 흘렀다는 말입니다. 26일 밤까지로 와우투어는 끝났지만, 저는 이곳 제주에 남았습니다. 이틀을 더 지내다 가려고요. 1. 나 말고도 와우 2명이 더 남긴 했습니다. 자유일정을 보내다가 저녁 식사 때 만나기로 했으니 절반의 자유는 주어진 셈입니다. 며칠을 놀다보니 일하고 싶어졌습니다. 놀이의 유익입니다. 내일은 글도 쓰고 메일 회신, 설 연휴를 포함한 일정 조율 등의 업무를 해야겠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다시 휴식과 놀이가 그리워지겠지요. 일이 놀이를 더욱 놀이답게 만듭니다. 최상의 행..

문득, 다른 삶을 그리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머니의 사랑을 오랫동안 듬뿍 받으며 살고 싶다. 사랑만으로 삶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음은 이번 생을 통해 체험했으니, 내세를 산다면 쪼들르지 않은 정도의 경제 형편이었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날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음료 배달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삶, 주말에 함께 공원에라도 산책할 여유가 있는 삶. 다른 어머니가 아니라 사진 속의 저 어머니 뱃 속에서 태어나고 싶다. 어머니와 함께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어머니와 둘이서 외식한 적도 없으니(근사한 곳이 아니라 시장 분식집에서 김밥과 떡볶이라도 함께 먹어본 기억이 전혀 없다), 함께 영화관에 가거나 백화점 나들이 같은 것도 상상도 못했다. 힘겨울 땐 어머니의 손을 잡아도 보고, 기쁠 땐 가장 먼저 전화도 드려보고 싶다. ..

나의 초상 (5)

1. 나는 눈물이 많다.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이 글을 쓴다. 내 눈물의 근원은 감수성이다. 무언가를 진하게 느낄 때 운다는 말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절절히 느끼거나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할 때 혹은 이따끔씩 나 자신에게서 진정성을 느낄 때 나는 눈물을 흘린다. 언젠가, 지인의 어린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저 멀리 우주 밖으로 날아가는 듯이 아득해지는 정신, 내 가슴의 정수를 향해 한없이 몰려오는 인생의 진실이 주는 허망함, 이러한 것들이 나를 울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울 일이 많다. 외부로부터 오는 눈물이 있는가 하면, 내면으로부터 샘솟는 눈물도 있다. 내가 진정으로 살아갈 때에 그렇다. 우연한 성공은 기쁨은커녕 심드렁하기도 하나, 치열한 노력으로 얻은 성공은 눈물나도록 기쁘..

의미, 지혜 그리고 용기

어젯밤,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독서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나는 땀을 많이 흘렀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 땀이었다. 실내가 더운 것도 아니고 긴장한 자리도 아니었는데, 땀이 왜 났을까? 오늘 아침, 눈을 뜨며 무거운 몸을 느끼면서야 컨디션이 좋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 귀가길이 살짝 피곤하긴 했다. 아침을 눈을 뜨니 9시 15분. ‘아이고야, 큰일이네.’ 약속시간에 늦을 타이밍이었다. 몸이 피곤하고 말고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 중요한 만남이었고, 만남을 연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부리나케 준비하고 이동했지만 30분 이상 늦었다. 3시간 시간을 내었기에 2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미안했다. 이해해 주어 고마웠고. (와우팀원이었다.) 웬 늦잠? 6시간 잠자는 것으..

이상은, 김광석 그리고 서태지

1. 2009년의 8월과 9월을 유럽에서 보냈다. 54일 동안의 배낭 여행에서 빛나는 자유를 만끽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났고, 머물고 싶은 만큼을 머물렀다. 눈요기를 하느라 마음에 드는 옷을 만나면 유럽 스타일을 꿈꾸며 구매했다. 공부하고 싶은 주제의 자료나 책을 만나면 조금 무리가 되는 비용이라도 지불했다. (공부는 내 삶의 높은 우선순위고, 여행 책을 쓰기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했다.) 자유롭고 행복한 여행이 끝까지 이어지는 못했다. 여행이 끝날 무렵, 쾰른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다. 나는 추억과 여행의 자취를 잔뜩 품은 배낭여행을 잃어버렸다. 꼼꼼히 기록했던 여행일지, 녹음기, 여행 기념품을 모두 잃었다. 큰 상실로 마음이 아팠고, 많이 울었다. 파리로 이동하는 열차에서 유레일 패스가 없어 쫓..

2억 6천만원짜리 여행상품을 보며

2억 6천만원짜리 여행상품이라! 그것도 고작 2시간짜리 여행이라는데, 이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할 사람들이 있을까요? 세상엔 부자들이 많네요. 예약자가 600명이 넘습니다. 인류 최초의 여행 상품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우주 관광선을 타고 대기권 끝까지 날아가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며 아름다운 지구를 관람하는 여행이거든요. 올해 8월에 첫 여행을 떠난다는 이 놀라운 비행은 2014년을 우주 여행의 원년으로 만들 역사적인 장면이 되겠지요. 이 상품을 내놓은 회사는 영국의 '버진 갤러틱'입니다. 어떤 회사인지 눈치 채셨나요? 회사의 대표는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말로도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입니다. 그의 우주 관광에 대한 상상이 현실화되는 장면을 목격하면, (아니 뉴스를 통해 접하면), 기..

눈물을 겁내지 않고

이별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지. 인생의 일면을 깨달아도 초월한 척 살지 않는 것. 그것이 참다운 삶이지. 울고 웃는 순간이 곧 의미! 눈물과 미소가 풍성할 때 삶도 풍요로워질테지. 눈물을 겁내지 않고 웃음을 지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껴안고 살아야지. - 시간이 흘러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상실의 기억들을 매만지며. : 유럽 여행에서 잃어버린 배낭여행(2009), 허공으로 날아간 노트북 하드웨어 데이터(2011), 그리고 존경하는 선생님과의 사별(2013).

대중문화에서 만난 감탄과 탁월함

대중문화(이를 테면 영화, 드라마, 가요)는 감탄과 탁월함을 만나기에 좋은 영역이다. 예술문화보다 이해하기 쉬운 코드로 되어 있기에 누구나 감탄을 인지하기 쉽고, (배우든 가수든) 그들 역시 최고의 수준에 이르기 위한 치열하게 노력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노력은 탁월함을 만들어낸다. 이럴 때마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마찬가지로 대중문화의 생산자(이를 테면 연예인)와 그것을 향유하는 소비자(일반인)의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한다. 일반인들의 연예인 도전기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감탄과 탁월함을 만나기 때문이다. 가수들이 실력 뿐만 아니라 어떠한 운이 뒤따랐음을 보여주는 실력파 일반인들 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최고의 감탄과 탁월함을 보여준 세 사람이 있다. 방예담의 ,..

작품을 만들어가는 인생

"기형도 산문집을 읽다. 짧은 여행의 기록. 느낌이 많다. '짜쉭' 스물 아홉에 신춘문예 당선이라니. 그럴 만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목매다는 것이니까. 다른 이들보다 좀 나은 것은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스물아홉 살, 어느 삼류 극장에 앉아 조용히 숨을 거둔, 그 짧은 여행의 마지막 눈빛은 어떠했을까." 가객 김광석의 글입니다. 그의 에세이 중 일부입니다. (그의 일기, 노트, 메모를 모아『미처 다 하지 못한』이란 제목의 에세이집이 2013년 12월에 출간되었습니다.) 『기형도 산문집 - 짧은 여행의 기록』은 1990년도 출간되었다 절판되었는데, 김광석이 그 책을 읽었나 봅니다. "느낌이 많다"고 썼지만, 어떤 감상을 가졌는지 일일이 적어주지 않아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