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 118

안녕! 드레스덴

in Dresden 9월 01일 오후 2시 45분 도착 9월 03일 오후 5시 54분 떠남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드레스덴 중앙역을 향해 걸어간다. 오늘은 라이프치히에서 묵을 것이다. 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하루 종일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사라지자 하늘이 파란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구름에 낯을 숨겼던 햇살도 잠깐씩 고성을 비출 때마다 기품 있는 고성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잠깐 멈춰서서 바라보기도 한다. 마음이 맑아지고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배낭의 무게도 거뜬하게 느껴지다니. 문득, 짐을 모두 맨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드레스덴 성을 배경으로 찍고 싶지만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츠빙거 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풍류와 교훈

비행기에서는 너무 높아 볼 수 없고 기차, 자동차에서는 너무 빨라 볼 수 없던 아름다운 풍광과 사람들의 모습이 배를 타고 유유히 흘러가니 지긋이 바라볼 수 있구나. 의미 있는 옛 건물이나 특별한 장소를 지날 때마다 가이드의 설명이 곁들여지니 조금 더 제대로 보게 된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것이 천천히 보니 관심이 생기고, 설명을 듣고 보니 의미가 된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사람들이 들이키는 맥주도 시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대화가 흥겨우니 나는 굳이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좋다. 엘베강을 따라 그저 흘러가는 것만도 좋다. 어디든지 흘러가고 싶은 이 기분. 어디에 도착한들 어떠하리. 나는 여행자인걸. 도착한 곳이 곧 나의 여행지인 걸. 언제 도착한들 어떠하리. 나는 여행자인걸. 기다리..

유머와 진실 ^^

드레스덴의 셋째 날에는 비가 왔다. 잠시 비가 내리지 않을 때에도 잔뜩 흐린 하늘이 '곧 비 올 예정임'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비가 그친 순간을 이용하여 드레스덴 성과 성모 교회를 관람했다. 성모 교회에는 11시 50분에 들어갔는데, 거의 모든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예배가 있는 날임을 직감하고 얼른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파이프 오르간만 연주하는가 싶었는데 예배였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었지만 설교 시간에 졸음이 왔다. 결국 졸았다. 독일어 설교는 몇 번째 들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오르간 연주가 끝나고 설교가 시작되기 직전에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을 빠져 나갔는데, 어찌 그 절묘한 타이밍을 알고 갔을까. 함께 나갈 걸 그랬다. 25분간 설교를 듣다가 결국 나도 나왔다. 성모 교회 주변을 ..

모리츠부르크 성에서

모리츠부르크 성 근처의 어느 벤치에 앉았다. 『괴테와의 대화』를 읽다가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이 성의 꼭대기에 걸려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제 갈 길을 못가는 듯하지만 잠시 후 다시 올려다보면 구름은 저만치 나아가 있다. 시간의 흐름만큼 전진하고 성장하는 무언가를 볼 때마다 나 역시도 그러하길 바라곤 한다. 그러면서 혼자 기분 좋아한다. 관광지마다 노인 관광객이 많다. 모리츠부르크 성엔 더욱 그런 것 같다. 특히 홀로 오신 남성 노인이 많다. 부부가 함께 와서 손을 꼬옥 잡고 걷는 모양이 제일 보기 좋다. 그리고 모리츠부르크 성은 성 근처에 다가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정문 밖 호수를 사이에 두고 저만치서 보는 것이 더욱 아름답다. 성 뿐만 아니라 구름까지 물그림자에 비춰져 멋진 풍광을 빚어낸다..

드레스덴 첫인상

in Dresden 9월 01일 오후 2시 45분 도착 9월 03일 오후 5시 54분 떠남 신시가지의 알베르트 광장에 섰을 때 참 푸근한 느낌이었다. 드레스덴은 그렇게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엘베강으로 향하는 하우프트 거리는 조용하면서도 쾌적했다. 구시가지로 건너가는 아우구스투스 다리가 나타나면서부터 흥분하기 시작했다. 엘베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바로크 건물군들의 아름다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마치 프라하에서 카렐교 건너편으로 프라하 성을 바라보는 듯했다. 프라하에서보다 좋았던 것은 관광객이 아주 적다는 것이다. 엘베강변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에는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날씨가 참 좋다.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듯 한 날씨다. 저녁 10시, 이 글..

작별 인사

in Berlin 8월 28일 오후 11시 40분 도착 9월 01일 오후 12시 35분 출발 박물관의 도시라 불리는 그대의 면면을 낱낱이 돌아보지 못해 미안하오. 페르가몬을 방문한 나의 정성을 이해해 주오. 음악과 유흥에 내 몸을 맡기지 못한 건 부끄럽소. 어렸을 때부터 잘 놀지 못하여 쑥스러워 그런 것이니 노여워 말고 이것 역시 넓게 이해해 주시오. 무엇보다 미안한 것은 포츠담 광장에서 베를린 장벽의 흔적을 보면서도 카이저 빌헬름 교회의 부서진 모습을 보면서도 전쟁과 분쟁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하지 못한 것이오. 때론 내가 뒤늦게 곱씹으며 깨닫곤 하니 이번에도 그리 하기를 바라고 있소. 순간마다 그대가 보여 준 의미와 깨달음을 그저 세월에 따라 흘려보내진 않을 것이니 안심하오. 값싸게 맥주를 건네 주어 ..

베를린대성당

in Berlin 8월 28일 오후 11시 40분 도착 9월 01일 오후 12시 35분 출발 베를린대성당은 규모도 거대했지만 화려한 내부가 무척 인상적인 곳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 한 번, 화창한 날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보았더니 성당의 외관은 뚜렷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자신이 보고 경험한 일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들의 경험은 보통 사람들처럼 얕고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표현해 내고 싶은 대상이 있을 때에 애정으로, 온 감각으로 바라볼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이라는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 한 송이를 예쁘고 사랑스럽게 받아들이는 시인의 감성 뒤에는 오랜 시간과 가까이서..

맥주와 소시지

in Berlin 8월 28일 오후 11시 40분 도착 9월 01일 오후 12시 35분 출발 묘하다. 오후가 되면 맥주를 마시고 싶어진다. J와 함께 있을 때에는 그저 J를 따라 마셨을 뿐이고, 체코에서는 맥주가 워낙 싸서 마셨었다. 그런데 독일 베를린에 와서부터는 맥주가 당긴다. 대략 3~4시 즈음이 되면 맥주가 그리워진다. 그럴 때면 어서 빨리 저녁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체코에서 몇 번 낮에 맥주를 마셨는데 취하곤 했기에. 이상하게도 낮에 먹는 한 잔은 금새 취하는 것 같았다. 해가 지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엔 맥주를 찾게 된다. 중국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발마사지라면 독일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한 잔의 맥주다. 아껴 두었던 비용을 저녁 레스토랑에서의 맥주에 투자한다. 오늘 마신 맥주는 ERDING..

카이저 빌헬름 교회

쿠담 거리를 빠져 나와 카이저 빌헬름 교회로 향했다. 초역에서 나왔을 때 확인해 두었고, 먼 발치에서 카이저 빌헬름 교회와 잠깐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기에 교회의 위치는 잘 알고 있다. 어느 새 불쑥 나타난 교회의 부서진 첨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폭격으로 붕괴된 교회의 지붕이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베를린의 상징이 된 바로 그 부분. 카이저 빌헬름 교회는 여행자를 잠시 멈추게 했다. 1943년 11월 22일, 영국군은 베를린을 폭격했다. 독일 초대 황제 빌헬름 1세를 기념비적인 업적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카이저 빌헬름 교회도 폭격 당했다. 서쪽 탑이 무너졌다. 1895년 완공되었으니, 50년이 채 못 되어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

하고 싶은 일을 하시게

※ 인생의 후배님들에게 간곡히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베를린 여행을 하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았습니다. 보보가 후배에게 하는 말이구나, 하고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대가 무엇을 하고 싶든, 바로 그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너무 꿈같은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말은 마십시오. 그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도 마십시오. 나도 유럽을 유랑하는 한국인 배낭여행자가 이렇게 많은 줄 차마 몰랐습니다. 유럽에는 이리도 많은 여행자들을 서울 역삼동에서 일상을 살아갈 때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요. 길을 떠나야 여행자를 만나듯 그 일을 찾아 해내기 시작하면 그대의 꿈벗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어떤 두려움이 찾아와도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지 마십시오.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