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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입맛을 아는 게 중요하다

'무슨 고무 냄새도 아닌 게, 고약하구만.' 폼 한 번 잡아보려고 자주 와인을 마시지만, 새로운 와인을 오픈할 때마다 느끼는 솔직한 나의 심정은 우엑, 이다. 저렴한 와인이어서 그런가 하여, 돈을 조금 더 들여 3만원~7만원 대의 와인을 시도하고 있다. 대폭 할인하는 와인 위주로 구입하니 실구매가는 1만원~3만원대이다. '샤또 기봉 레드'가 무난하게 인기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무 냄새였다. 나에게는 가격 대비 꽝이다. 나는 '빌라 M' 같은 스위트한 것만 어울리는가, 하고 유쾌하게 절망할 즈음 만난 것이 '피노 누아'다. 피노 누아는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와 함께 레드 와인의 대표 품종이다. 포도 품종별로 어떤 특성이 있는지 실험적으로 마시다가 만난 게다. 고무 냄새는 아마도 레드 와인의 타닌..

수영장의 물이 몽땅 사라진 이유

어느 아파트 상가 1층, 불꺼진 부동산 중개업소의 유리 벽에는 "아파트 투자의 전당"이라는 카피가 붙어 있었습니다. 전당은 '높고 크게 지은 화려한 집'이란 뜻인데, 부동산은 5평 남짓 되는 작은 규모인데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럴싸한 이름을 갖다 붙이기는 쉽습니다. 자기경영전문가라고 이름을 붙이기는 얼마나 쉬운지 모릅니다. 독서코치는 또 어떠한지요? 부동산 중개업소를 보며, 나의 간판에는 거품이 없는지 살피게 됩니다. 내다 걸어놓은 간판과 내부의 실제 사정이 차이가 없으면 참으로 좋겠지요. 간판(名)이 앞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실(實)이 앞서는 이도 있습니다. 이름을 내세우는 것이 수월한 사람이 있는 반면, 그것이 참 민망한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것이 옳다 할 수 없습니다. 자..

한번쯤 말하고 싶었던 것들

1. 한번쯤 말하고 싶었다. 세상이 책이라고. 삶에 대한 통찰을 지니고 싶거나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책'도' 읽어야 하는 것이지, 책'만' 파서는 아니 될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데라야마 슈지처럼 파격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그의 한국어판 책 제목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책을 읽느라 인생길을 걷지 못하고 있다면, 책을 내던지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 한번쯤 말하고 싶었다. 구체적인 삶의 경험 없이는 내공도 없을 거라고. 내공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관념에서나 통하는 짝퉁이라고. 그러니 내공을 쌓고자 한다면 책과 세상을 모두 읽어야 한다고. 2. 한번쯤 말하고 싶었다. 책은 읽는 것이지, 보는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자기는 취미로 책을 보는 거라 말한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

매혹을 체험한 울산바위의 雲海

매혹을 체험한 울산바위의 雲海 - 고성 속초, 당일치기 여행기 - 어쩌면 자랑질이 될 지도 모른다. 여행 이야기가 될지,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의 우정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둘 다 자랑 삼을 만한 이야기다. 난 여행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라는 소리이거나, 내 주변에 이렇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 우쭐하는 것일 테니까. 우리는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속초, 최종 목적지는 설악산 울산바위다. 휴일 오후에 떠나 월요일 밤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오후 4시에 잠실역에서 만나, 잠시 석촌역을 들렀다가 올림픽 대로에 차를 얹어 놓았더니 어느 새 고성군 거진읍에 도착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 춘천동홍천고속도로 - 44번 국도 (인제) - 46번 국도 (진부령) 를 거..

최선을 다한다는 것

"일상의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건가요?"  함께 공부하는 동학(와우팀원)이 보낸 메일이다. 곧장 답변하진 못했다. 진심이라 해도 “최선을 다하면 길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유의 말을 건네긴 싫었다. 때론 진심의 말도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잖은가. '최선'에 대한 정의나 느낌이 다를 테고, 사람마다 ‘최선’을 달리 해석할 것이다. 내 답변 역시 주관에 머물겠지만, 생각을 안길 만큼의 주관이길 바랐다. 이왕이면 최선을 '설명'하는 대신 ‘보여' 주고 싶었다. 그이의 질문을 자주 생각했다. '일상의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라는 화두 말이다. 간간이..

마무리 짓기 프로젝트

서재에서 5시간 동안 책 정리를 했습니다.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인데, 연말이 되기까지 미뤄온 일입니다. 오늘 마무리 짓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더 투자해야 끝낼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미루고 있는 일을 처리하고 나니, 기쁨과 에너지가 생겨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중요한 일을 마무리할 때에도 힘찬 에너지와 상쾌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 때, 나의 꿈을 향해 달려갈 에너지가 창조됨을 깨닫습니다. 소중한 일을 끝맺지 못하고 남겨 둔 일, 혹은 차일피일 미뤄둔 일은 나의 열정과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었던 겁니다. 관계에서든, 업무에서든 미루고 있는 일들은 우리에게 부담을 줍니다. 20대 중반에 이를 절절히 깨달았지만, 여전히 귀찮고 어려운 일들은 미루고, 두려운 일은 피하다 보니 종종..

자신을 발견하는 하나의 방법

여자(남자) 친구 '때문에' 힘들어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나도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다툴 때가 힘들더군요. 그럴 땐, (연인과 다투기나 한다는) 자괴감과 (다른 사람은 컨트롤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자괴감은 더 인격적인 내가 아님에서 느끼는 감정이고, 무력감은 나를 컨트롤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다가 지쳐버리는 지점에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내 힘겨움의 정체는 이렇게 두 가지의 감정입니다. 하지만 만사는 좋음과 나쁨이 섞여 있습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요. 한 사람 속에 좋음과 나쁨이 섞여 있으니까요. 자기경영 차원에서는 내 안의 좋은 것들을 점점 키워가고, 사회적 관계 차원에서는 다른 이들의 좋은 점을 발견하기 위해 '무지' 애를 써야 할 일입..

오늘은 작은 인생입니다

우리 인생은 소중합니다. 한 번 뿐이어서가 아닙니다. 한 번 뿐이라고 소중하다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행인들 모두가 우리에게 소중해야겠지요. '단 한 번' 스쳐가는 그들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만인을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이타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들을 아무렇게나 여겨서는 안 되겠지요. 내가 이렇게 소중한 존재이니, 그들 역시 소중한 존재임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머리'라고 달고 다니는 것이 그 정도의 인지는 해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사람들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방식은 자기 사랑에서 시작하여 대상을 점점 넓혀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소중하니, 남의 아이도 소중하게 여기는 게지요.) 우리 인생은 한 번 뿐이 아니라, 두 번 일지라도 소중합니다. 영화 에는 인..

장서 관리, 지적 생활의 기본

"책이 아무리 많더라도 제대로 정리해 두지 않으면 장서의 효용가치를 기대할 수 없다. 반면 그 수는 적더라도 완벽하게 정리해 둔 장서는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많은 지식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 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는 장서에 비유로 하여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했지만, 저는 '장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가려 합니다. 14년 동안 책을 읽어 오며 장서 관리의 중요성을 깊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적 능력을 향상해 가는 기본이 장서입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제 강연을 깊이 있다고 평가해 준다면, ..

정직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

군복무 시절도 즐거울 때가 있습니다. 화장실에 앉아서 몰래 챙겨 둔 간식을 먹을 때, 10시 취침 방송이 울릴 때, 애인으로부터 편지가 왔을 때 등입니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부대에서 강연을 하게 될 때도 즐거웠습니다. 강사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종종 강연 기회가 주어졌던 게지요. 강연을 듣고 난 고참들은 나를 불러 '상담' 비슷한 것을 요청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에도 나는 즐거웠습니다. 장소는 부대 안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의미 있게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 일화는 훈련소에서의 일입니다. 동기생 P가 제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애인이 변심할까 봐 노심초사 불안해하던 장병입니다. 삼십 분 가까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그의 말만으로는 애인 걱정을 그리 할 필요가 없다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