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진숙은 골프 연습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핸드폰 벨이 울렸다. 액정에 "내딸"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이내 미소가 맴돌았다. "엄마, 이번 주 토요일 오전에 예원이 잠깐 봐 줄 수 있어?" 딸은 언제나 '잠깐'이라고 말했지만 언제나 잠깐이 아니었다. "몇 시간이야, 구체적으로 말해." 반가운 투정이었다. 회갑을 넘긴 동네 언니들은 자꾸 봐 주기 시작하면 발목 잡힌다며 신중하라고 조언했지만, 진숙은 손녀딸을 잠시 봐 주는 게 싫지 않았다. 할미가 된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손녀딸을 보고 있으면 다시 젊은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알았어. 엄마가 2시에는 나가야 하니까 그 전에만 와." 연습장에 도착한 진숙은 몇 차례 스윙을 휘두르다가 뒤통수에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