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실내 공기를 데워놓았다. 오후 세 시였다. 창문을 열었다. ‘와, 시원하다. 봄이 왔구나.’ 창밖 거리에는 봄의 기운이 완연했다. 사람들의 옷이 밝아졌고 얇아졌다. 여인들은 봄 치마를 입기 시작했다. 이제 곧 벚꽃이 피어날 것이다. 봄의 가객,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들이 들려올 테고.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라는 멜로디가 귓가에 맴돈다.) 가을과 함께 봄은 놀기에 좋다. 나들이를 떠나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공부하거나 일하기는 싫은 계절이다. 봄 햇살을 맞으며 창밖을 보고 있노라니 후회가 밀려들었다. ‘나는 왜 이리 강연들을 많이 받았을까? 봄이 오는지 몰랐단 말인가.’ 물론 모르지 않았다. 봄과 가을이면 강연을 줄이고 여행과 놀이에 비중을 두는 ..